[경향과의 만남] NHN 최휘영 대표
입력: 2007년 05월 28일 17:38:43
 
“포털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곤란하다”는 각계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이 신문·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를 넘어서는 데도 이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에 소홀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포털에 대한 이런 지적은 사실 네이버를 겨냥한 측면이 많다. 인터넷 검색 이용자의 72%가 네이버에서 정보를 찾을 정도로 ‘네이버 쏠림’이 심각하다. 네이버를 서비스하는 NHN의 경우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42.9%로 상장사 평균(6%)의 7배가 넘었다. 시가총액도 7조5000억원을 웃돌아 코스닥시장 1위다. 시가총액만 따지면 국내 기업을 통틀어 NHN 위에는 삼성전자·포스코 등 26개 기업밖에 없다. NHN 최휘영 대표는 지난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털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새로운 산업인 포털서비스에 걸맞은 규제와 법률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의 논란은) 성장을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미 미디어라는 평가입니다.

“미디어는 아닙니다. 뉴스가 유통되는 곳입니다. 네이버는 유통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뉴스의 고유한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면서 영향력이 생긴다는 차원에서는 거기에 걸맞은 자세,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공감은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뉴스자문위원회와 이용자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저희가 서비스하는 뉴스가 행여 네이버의 주관적 관점에서 잘못 유도되고 있지 않은지, 수많은 언론사의 뉴스가 종합적으로 유통되는 장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모니터링받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국회, 정보통신부, 인터넷기업협회 등과 관련 법안을 만들고 있는데 네이버 뉴스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협의 중입니다. 지금 하는 일에 완전하게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네이버가 미디어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이미 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뉴스 콘텐츠가 소비되는 장이라고 하면 맞아요. 뉴스가 소비된다는 점, 영향력으로 본다면 미디어라고 볼 수 있지만 언론매체라고 하면 틀립니다. 네이버가 유사언론이냐, 새로운 언론이냐, 뉴미디어냐 등 여러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어요. 뉴스 유통사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가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언론사 기사 수정·삭제 권한이 없어요. 실례로 뉴스 이해당사자가 기사를 내려달라 할 때 해당 언론사를 통해서 하게 합니다. 네이버가 임의로 오보라 판단해서 (기사를) 내리는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는 것이에요. 이렇게 되면 모든 언론사가 네이버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가 돼 버립니다. 뉴스 콘텐츠 자체제작이나 자체적인 판단으로 한 ‘아젠다 세팅’ 등 ‘언론’으로서의 기능은 하지 않고, 이런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입니다.”

-포털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네이버는 아무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많습니다.

“네이버를 통해 한국사회, 네티즌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네이버 이용자에게 뭔가 가치를 주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그것으로 발생하는 폐해로 소수라도 피해를 보거나 하는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명예훼손, 음란물은 사용자가 올린 것이지 우리 잘못이 없다고 말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사용자 책임이라고 생각했다면) 200억원이 넘는 돈을 모니터링에 쓰고 그 많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글로벌하게 싸우기 위해 여기저기 투자할 곳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를 쓰고 있는 만큼 더더욱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때문에 발생한 피해는 정말 반성하고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강구하고 있습니다.”

-포털 규제에 대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나 규제 여부를 떠나 저희 스스로도 인식하고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현행법상 포털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하나일 뿐이에요. 정부가 최근 각종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법 제도를 정비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을 수립하려고 하는데 일부 내용을 언론들이 포털 규제 측면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는 것 같아요. 정부 입법은 인터넷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법규제의 정비와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렇지 않다면 원래 취지에 맞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포털 규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고 급격히 성장하는 인터넷 산업의 리딩플레이어로 이런 일을 선도적으로 해나가는 입장에 있습니다. 앞장서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나 자세는 돼 있어요. 다만 저희는 네티즌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입니다. 네티즌과 함께 가치를 창조하기 때문에 저희만 바라보는 것은 단선적인 시각이에요. 사회적으로 지혜를 모아서 포털은, NHN은 이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공감이 나오면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털 규제는 사실상 네이버와 관련된 논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생산, 관리, 유통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많습니다. 사전검열을 하면 이런 문제를 확 줄일 수 있지만 이런 것은 더 큰 가치와 충돌합니다. 인터넷 정신이나 네티즌 가치와 연결된 문제예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기술적으로나 사람을 투자해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고민입니다. 이런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야기일 수 있어요. 저희 노력도 필요하지만 네티즌도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문명이 가져다 준 고귀한 자산인 인터넷이 잘 성숙될 수 있게 같이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정통부가 추진한 제한적 실명제 등 방안에 대한 의견은.

“일방적 규제안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업계와 함께 지혜를 모아서 만든 일방적인 안은 아닙니다. 포털에서 음란물이 나오니 하며 현상적으로 막기 위한 대증요법을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메스를 가져다 대면 좋은 인프라를 위해 만든 인터넷의 경쟁력이 침해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넷에도 적절한 룰과 질서가 잡혀야 할 때입니다. 같이 고민하자고 제안도 했습니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뉴스소비’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예컨대 속보나 특종이 네이버 뉴스에서 뒤로 밀리고 베낀 기사들이 되레 각광받는 경우처럼 ‘뉴스’가 네이버 때문에 왜곡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뉴스 게시 방식을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초기 기사보다 나중에 올라온 기사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서 네티즌에게 가장 최신 기사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요즘은 첫 보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첫 보도가 가장 위에 보여지고 후속보도가 아래로 가는 방식입니다.”

-뉴스 클릭에 따라 언론사 전재료를 차등화하는 등 서열화를 꾀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와전된 얘기입니다. 기왕이면 뉴스에 광고를 붙여서 언론사들과 이익을 나누겠다는 말이 잘못 전해진 것 같아요. 일부 언론사들이 뉴스 검색 키워드로 기사를 만들어 올려 클릭수를 높이려는 경우가 있는데 엄격히 막고 있습니다. 재발하면 일정 기간 해당 언론사 기사 검색이 안되게 막고 있어요. 외부에 비친 모습의 실제 여부를 떠나 무조건 반성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7조원이 넘는 등 이미 대기업이 됐습니다. 최대표가 아무리 강조해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창업초기보다 더욱 체계적이고 치밀한 조직으로 진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경영상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직원들의 창의적 생각을 지원하고 대화와 토론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등 역동적인 벤처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CP(콘텐츠공급업체)와의 관계 등 불합리한 요소는 자체 신고센터와 직원 교육 등을 통해서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나 공정위 등에서 독과점 조사에 나섰습니다.

“조사 중인 사안이라 코멘트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나오면 법규정에 대한 차이, 네이버가 실수한 부분 등 사회적인 면과 공정위 기준에 맞춰 지적받은 것들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고쳐가겠습니다.”

〈글 김주현·김보미·사진 강윤중기자〉

◇ 최휘영은 누구?

1964년생으로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91년 연합뉴스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10년간 연합뉴스와 YTN 기자로 활동하면서 시간과 싸움하는 뉴스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인터넷’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후 인터넷 뉴스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으며, 2000년 야후코리아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포털’과 인연을 맺었다. 2002년까지 야후코리아에서 뉴스 팀장을 지냈으며, 인터넷 뉴스 서비스 기획에도 참여했다.

2002년 12월, NHN으로 자리를 옮겨 네이버 기획실장, 네이버 부문장을 맡으며 네이버가 국내 1위 검색 포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5년 NHN이 해당 사업분야의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각자대표제를 실시하면서 김범수 글로벌 사업 담당 대표와 함께 NHN의 국내사업을 총괄하는 국내사업 담당 대표로 취임했다. 2007년부터는 NHN 단독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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