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웹 2.0과 미디어 [중앙일보]  
 
웹 2.0은 콘텐트 생산과 유통 방식의 진화이자 이로 인해 나타난 사회 문화의 새로운 조류를 뜻하기도 한다. 이는 미디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 관념을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15세기 독일에서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이래로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매스미디어 체계는 공급자 중심적이었다. 미디어 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온 웹이 출현했을 때만 해도 읽기와 쓰기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공급자 중심의 문화였다.

그러나 웹 2.0에선 읽기와 쓰기가 균형을 이뤄가고 있으며, 미디어 콘텐트의 협업적 생산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콘텐트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는 게 아니라, 생산자가 소비자이면서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웹 2.0은 전통사회의 집단 담화 공간인 우물터와 유사하다. 우물터는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정보를 공유하게 해주는 일종의 미디어 마당이다. 민요와 같은 협업적 콘텐트가 만들어지고, 우연적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또 개인이 자기 표현을 통해 감성적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웹 2.0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와 같은 개인 저작물의 일상적 생산과 공유 체계, 위키피디아(wikipedia.네티즌 참여로 만드는 백과사전) 같은 집단적 글쓰기 등은 우물터와 비슷한 속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디어 시스템은 유동성.불확실성.임의성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미디어 기업의 운영 원리 역시 이러한 특성에 맞춰 변하고 있다.

초기 웹의 운영 원리는 ▶다수 이용자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트래픽 성과주의▶네티즌을 가능한 오래 사이트에 머물게 하려는 정주시간 극대화 전략▶울타리를 강고하게 유지해 사이트 안에서 서비스의 완전성을 추구하려는 풀 서비스 전략 등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웹 2.0시대는 ▶머무르는 데서 가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길목에서 가치를 찾는 연결 중심적 전략▶떠다니는 빙하와 같이 서비스 간 해체와 결합을 반복함으로써 장소(웹 사이트) 귀속성을 벗어나고 때로는 장소를 재구축하는 전략▶자본이나 기술의 결합이 인과성이 아닌 임의성에 의해 이뤄지는 현상▶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의 전환 등을 특성으로 한다.

따라서 웹 2.0 환경에서 미디어 기업의 성패는 이용자의 본성과 욕구에 맞게 이질적인 것을 연결짓는 창조적이고 조합적인 사고를 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 방송학과 교수

'정보 담아내기' 연연하기보다 '정보 넘나들기'에 자리 제공을

인터넷과 웹의 등장은 기존 미디어에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는 신문사나 방송사에 웹이라는 새 미디어는 기존 지면이나 화면의 한계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가장 빠른 방법으로 소비자를 만나게 해주는 보완재로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런 콘텐트를 단순히 전달하지 않고 모아 전달함으로써 콘텐트 가치를 극대화해주는 포털이 출현하고,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기 어려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규모 미디어나 개인 블로그 등이 활발하게 등장함으로써 요즘 미디어는 다시 한번 변화의 단계를 겪고 있다.

기존 미디어가 전문가들에 의해 정선된 정보들을 많이 확보해 단일 채널로 소비자에게 전달한 반면, 웹 2.0 시대의 미디어는 전달 채널을 유연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기존 정보 외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정보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저잣거리에 멍석을 깔고 재주를 팔던 육갑.칠득.팔복은 갑자기 멍석 위로 나타난 장생과 공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기존 미디어가 더욱 많은 정보를 담아내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면, 이 시대의 미디어는 더욱 많은 정보가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넉넉한 멍석을 제공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류중희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
③ 집단 지성의 활용 [중앙일보]
`집단은 뛰어난 개인보다 더 똑똑`
정보 중요도 대중의 지혜로 결정

웹2.0이 처음 주창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웹2.0의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진행 중이다.

2006년 후반을 기점으로 연구자들 사이에선 웹2.0의 핵심은 '집단 지성을 활성화하고 활용하는 것(harnessing 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데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 즉 집단 지성을 활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웹2.0 서비스며, 집단 지성 구현이 개방.참여.공유 등 웹2.0의 속성이 궁극적으로 목적하고 바라는 것이다.

디지털 철학자로 불리는 피에르 레비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사회커뮤니케이션학과)가 1994년 출간한 책 '집단 지성'에서 시작된 이 용어는 "개인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은 가능케 한다"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레비 교수는 언어와 문자 이후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인 인터넷이라는 지식의 도구를 확보하게 된 인류가 이제 어떻게 이를 잘 활용해 진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현재 웹2.0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위키피디아(네티즌의 참여로 만드는 백과사전)와 블로고스피어(블로거들이 공유하는 지적 공간)의 출현을 예측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뉴요커의 칼럼니스트 제임스 서로위키가 2004년 '대중의 지혜'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집단 지성은 좀 더 구체성을 띄게 된다. 대중의 지혜는 마치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결정되는 것처럼 다양하고 독립적인 개개인의 집합(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의견에서 특정한 메커니즘(aggregating mechanism)을 통해 답을 추출해낼 수 있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개인은 답을 몰라도 집단은 알고 있다▶특정 조건에서 집단은 그 집단의 가장 우수한 개인보다 더 똑똑하다▶전문가라 해도 매번 정답을 내놓을 순 없지만 집단은 그럴 수 있다고 서로위키는 설명한다.

미 구글이 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웹문서의 중요도를 판별하는 '페이지 랭크(Page Rank)'라는 구글의 알고리즘이 집단 지성, 대중의 지혜를 반영한 덕분이다. 구글은 링크가 많을수록, 특히 권위 있는 사이트의 링크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배정하는 식으로 웹문서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있다.

또 미 딜리셔스(del.icio.us) 같은 '소셜 북마킹' 서비스는 사용자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보관하고 분류해 둔 북마크에서 '대중의 지혜'를 이용해 정보의 중요도를 결정하고, 분류하고, 탐색하게 해 준다. 미디어의 경우에도 집단 지성, 대중의 지혜가 작동되고 있다.

미 디그닷컴(Digg.com) 등의 소셜 미디어는 전문가가 아닌 대중의 참여로 뉴스를 모으고 중요도를 결정함으로써 보다 독자가 원하는 이슈와 여론을 반영한 지면을 만든다.

지난해 10월 미 MIT는 'CCI(Center for Collective Intelligence)'란 연구소를 만들어 집단 지성과 그 활용 가능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웹2.0 서비스들은 점차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집단 지성을 구현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라크

<필자 요구로 온라인 블로그(www.fortytwo.co.kr/tt) 필명 사용>

악의적 정보 등 집단 지성 역기능
효과적으로 걸러 줄 시스템 필요

집단 지성이 웹 2.0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올바른 집단 지성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구글의 페이지 랭크나 아마존의 추천 시스템처럼 사용자 각자 행위(링크나 상품 구매)에 의해 집단 지성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드는 데 개개인이 직접 참여하는 위키피디아의 경우는 부정확하거나 악의적인 정보가 집단 지성의 폐해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 직접 참여로 형성되는 집단 지성엔 각종 폐해를 효과적으로 걸러줄 수 있는 필터링과 편집 기능이 필요하다. 특히 역사.문화적으로 강한 동질감을 보이고 협동을 중요시하는 국내 풍토에선 똑똑한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그룹 싱킹'의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집단 지성이 아닌 집단 최면에 빠지게 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개인이 합리적이고 편향되지 않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 사용자의 모든 행위를 가치있는 재료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집단 지성을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제2의 구글, 제2의 아마존은 이런 토대 위에 탄생할 것이다.

한재선 KAIST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대우교수
② 차세대 미디어, 블로그
- 입소문보다 빠른 `넷소문` 커지는 개인 미디어 파워

블로그가 기존 전통 미디어들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의견이 무성하다. 블로그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주는 게시판의 일종이며, 1990년대 유행했던 PC통신과 기본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제목'과 '본문'을 입력한 뒤 '저장' 버튼을 누르면 인터넷 상에 글이 올라가는 단순한 시스템이다. 최근엔 기술의 발달로 사진.동영상까지 올릴 수 있게 되고, 그 덕분에 싸이월드.유튜브 같은 스타 기업이 탄생했다. 이렇게 간단한 시스템이 미디어로서 영향력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다량의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정보량이 소화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보의 소비 범위가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대중적 정보에서 개인의 관심 분야인 사적 정보로 축소됐다. 정보 습득 방식도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는 게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개인 미디어'의 탄생을 가져왔으며, 개인 미디어의 근간이 바로 블로그다.

우리는 이미 개인 미디어의 위력을 과거 PC통신에서 경험한 바 있다. 서울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났을 때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전달한 것은 당시 최대 PC통신망인 '하이텔'이었다. 누군가가 '우리 집 앞 백화점이 무너졌어요'라는 게시물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해줬다. 붕괴 소식이 PC통신인들을 중심으로 번져나간 한참 뒤에야 TV 중개차가 현장에 출동했다. 이젠 과거 PC통신의 역할을 블로그가 수행하고 있다. 블로그는 실시간 정보와 함께 생생한 증거 사진과 동영상도 전달해준다. 이렇게 탄생한 소식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네티즌에게 퍼져 나간다. 포털들의 검색 엔진은 소식의 전파 속도를 더욱 높여준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해석과 추가 의견을 활발히 내놓게 된다. 이러한 블로그의 정보 유통 과정에서 바로 영향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블로그의 영향력은 최근 한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의 해결 과정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간단한 수술을 받던 어린이가 사망한 것과 관련, 유족과 병원 측이 의료 사고 여부를 놓고 다투는 장면이 여러 블로그에 동영상으로 소개됐다. 이를 본 네티즌의 분노 여론이 형성되자 하루 만에 양측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최근 구글은 한국법인 출범을 알리는 홍보 행사에 수백 명의 블로거를 초청하기도 했다. 앞서가는 회사들이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달리 국내 기존 미디어와 거대 포털들은 아직 블로그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통 미디어와 포털도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추종한 혁신가에 의해 오늘의 지위에 이르렀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21세기의 놀라운 기술 진보 속도는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된다.

노정석 태터앤컴퍼니 대표



진화하는 블로그 화두는 '네트워크'
새로운 의사소통 도구로 자리이동


블로그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도구다. 블로그라는 단어가 "웹을 통한 기록"이라는 뜻인 'web log'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블로그가 유행하게 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려는 블로거들이 적극 참여한 덕분이다. 사실 블로그 관련 기술도 블로거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술적 진화에 힘입어 블로그는 이제 단순히 개인의 의견이나 정보를 담는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인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구성하기 위한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게시판과 채팅으로 대표되는 커뮤니티 서비스의 인기가 정점에 이른 무렵, 인터넷 사용자들의 욕구는 새로운 방향을 향했다. 기존 서비스들이 만족시켜주지 못한 '내가 중심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대한 바람이었다. 현재 블로그는 단순한 개인 미디어의 단계를 벗어나 블로거들의 상호 교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렇게 '개인을 중심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간다'는 테마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즉 사회화의 욕구와 자아 실현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면서 둘 사이의 균형 또한 잡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만큼 이 테마는 블로그 진화의 중심 화두로 자리잡을 것이다.

류중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겸직교수

① 웹 2.0 시대 어떻게 맞아야 하나
'사용자 중심 미디어 활성화 사회 전 분야 혁신 계기될 것'


요즘 세간의 초미의 관심사는 '웹 2.0'이다. 웹 2.0은 최근 달라진 웹 환경을 이전과 구별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웹 2.0이 기존 웹과 차별화되는 핵심 요소는 수동적 정보 소비자였던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점이다. 웹이란 열린 공간에서 다양하고 질 좋은 정보를 쉽게 획득하는 데 머무르던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과 연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말 2006년의 인물로 사용자를 뜻하는 'You'를 뽑기도 했다. 웹으로 연결된 개인이 집단지성을 통해 힘을 발휘하는 양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웹 2.0의 위력은 누구나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Wikipedia' 사이트나 중요한 이슈를 사람들의 관심 정도에 따라 보여주는 'Digg' 사이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동영상 UCC(사용자 제작 콘텐트)를 통한 개인의 참여와 연계가 활발해지고 있다. 누구나, 언제든지 세계를 대상으로 주장을 펼치는 게 가능해졌다. 이러한 개인 미디어가 모여 기존 신문사나 방송국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We, the Media'(대중 미디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갈수록 많은 사람이 웹에 참여함으로써 더욱 큰 가치가 생성되고, 이로 인해 웹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는 선순환적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웹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웹 2.0은 '제2의 불의 발견'이라 할 만큼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계층적 사회구조를 무너뜨리고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와 힘을 가지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똑똑한 사용자들은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직접적 수입이 발생할 때만 광고비를 지불하는 후불식 광고(CPA.Cost Per Action)가 등장하면서 돈 없이도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웹 출현 이후 가상세계가 실세계와 연계돼 중요한 삶의 일부로 여겨지는 점도 변화의 일면이다. 이같이 웹2.0은 우리 삶의 미래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와 보급률을 갖고 있어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다양한 개념의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웹 2.0 시대의 기본 정신인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측면에선 아직 초보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앙집중식 포털로의 쏠림 현상은 혁신적 서비스의 출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웹 2.0은 사용자 개개인의 힘으로 이 같은 집중 현상을 개인 중심으로 분화시켜 기존 인터넷 판도를 크게 바꿀 것이다. 급속한 변화는 항상 기회와 위기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웹 2.0으로 인한 변화를 읽고 대비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미래가 달려 있다.

웹 2.0에 대한 통찰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개인.가족.회사.정부.국가.세계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과 변화의 전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조산구 KTH 상무



"웹 2.0으로 콘텐트 융합 시대 미디어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

웹 2.0의 3대 특징은 참여.개방.공유다. 참여 측면에서 웹 2.0 사용자는 댓글.블로그.UCC 등을 통해 프로슈머(prosumer.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로서 영향력을 갖는다.

과거엔 사회 여론 형성이 신문.방송 등에 의해 주도된 반면 웹 2.0 시대의 여론 형성은 이들 미디어와 소비자의 상호 소통에 의해 이뤄지는 양상이다.

둘째 특징인 개방은 정보의 전달.저장.유통의 표준화로 한 콘텐트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게 한다. 끝으로 공유는 개별 기업의 고유한 망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용망 성격으로 바뀌어가고 사용자 참여로 만들어진 콘텐트들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웹 2.0의 특징 덕분에 TV.라디오.신문 등 전통 매체뿐 아니라 유.무선 인터넷, 휴대용 단말기, 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콘텐트의 생산 및 유통이 이뤄지는 게 가능해졌다.

이는 기존 미디어 산업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전통 채널만을 고수하는 사업자에겐 위기로 작용하겠지만 다양한 채널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 사업 모델을 창출해내는 사업자에겐 기회가 될 것이다.

허순영 KAIST 교수
"UCC=선거 홍보동영상일 뿐이다?"
민경배 교수의 'UCC 공론장 가능한가', 8일 프레스센터 토론회 열려
텍스트만보기   안윤학(sunskidd) 기자   
"UCC(이용자 제작 컨텐츠·User Created Content)가 뭐 그리 새로운 것이라고 호들갑인가. 애초 한국 인터넷 공간에 UCC가 아니었던 게 얼마나 있었나. 게시판에 끝없이 올라오는 네티즌들의 게시글과 댓글, 개인 미니홈피의 온갖 디카 사진들과 촌철살인의 시사 패러디물은 UCC가 아니고 무엇이었나.

▲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
ⓒ 권우성
애초 인터넷 공간은 이용자 제작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를 상품 및 홍보수단으로 바라보는 업계와 정치권의 손길이 와닿았다. 결국 '왜곡된 UCC 담론의 전성시대'가 됐다는 게 민경배 교수(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의 진단이다.

왜 '왜곡'됐다고 보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날 인터넷 공간을 이끄는 동영상 UCC엔 '3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 '철학', '공론장'이 바로 그것이다.

민 교수는 "잘 포장된 상품으로서의 UCC, 선거홍보 수단으로서의 UCC만 있을 뿐"이라며 사용자의 부재를 지적한다.

또 "참여·개방·공유·집단지성 및 신뢰는 사라진 채 오직 흥행만을 고려한 엽기적, 자극적 영상만 난무한다"며 철학의 부재를 꼬집는다. 끝으로 이 둘의 부재가 당연히 공론장의 부재로 이어진다고 본다.

8일 예정된 '왜곡된 UCC 담론 진단: UCC 공론장은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발표될 민 교수의 발제문을 들여다봤다.

"UCC는 선거 운동 시기 홍보영상물과 다를 바 없다"

'UCC 대비하는 자, 12월 19일(대선) 웃으리'(동아일보, 1월 13일자), 'UCC를 알아야 대선에서 승리한다, 23일 설명회 개최'(아이뉴스24, 1월 14일자)' 등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UCC 관련 기사 제목만 봐도 UCC 열풍을 느낄 수 있다. 이제 UCC는 한국 정치 변동의 핵심 변수로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민 교수는 "UCC란 과거 선거 운동 시기만 되면 흘러넘치던 홍보영상물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유력 대권 주자인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의 '명빡이'('마빡이' 패러디)와 '꼭지점 댄스', 박근혜 전 대표의 피아노 치는 동영상 등에서 볼 수 있듯 UCC가 '네티즌에게 인기를 끌만한 재미있는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거나 중계하는 것' 쯤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UCC-대선 관련 기사를 분석한 뒤 "UCC를 선거 전략의 핵심적인 수단으로만 간주하고 있을 뿐,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생산되는 UCC 본래의 의미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한다.

네티즌 공론장의 잠재적 가능성은 애초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그는 차라리 "지금 UCC개념은 '동영상 콘텐츠'란 말로 교정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용자제작정보'를 말하면서 정작 중요한 '이용자'는 사라졌다는 얘기다.

"네티즌, 수동적 바보가 아닌 능동적 행위자"

국내 정치권에서 올 대선을 앞두고 동영상 UCC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계기는 지난해 미국 중간 선거에서 대표적인 동영상 UCC 웹사이트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민주당 승리에 기여했다는 보도가 국내에 소개되면서부터다. 다음 두 대조적인 장면을 보자.

#1. 몬테나 주에서 공화당 콘래드 번스 상원의원은 육류가공단체 주최 농장법안 공청회에서 10초 정도 졸았던 모습이 '번스의 낮잠'이라는 동영상으로 퍼져 여론이 악화돼 역전패를 당했다.

#2. 지난달 23일 '유투브'에 공개된 '졸린 맥케인 의원'이란 제목의 동영상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 존 맥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을 찍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 네티즌들은 "부시의 지루한 연설을 그렇게 오랫동안 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며 번스 의원 때와는 정반대되는 반응을 보였다.


민 교수는 "국내 정치권에서 UCC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수정돼야 한다"면서 "정치권은 단지 동영상 UCC의 위력에만 주목할 뿐, 그것이 인터넷 공론장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해석되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어 "동영상 그 자체보다 더 강력한 것은 네티즌의 상황적 맥락에 따른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해석력이다, 네티즌은 수동적 바보가 아니라 능동적 행위자다"고 충고한다. 그는 "정치권은 고작 새로운 동영상 홍보수단으로, 인터넷 업계는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UCC를 사고했을 뿐"이라고 본다.

공론장의 싹이 나기 전, 상업화에 포획된 동영상 UCC

동영상 UCC의 급격한 확산과 함께 새로운 문제점들도 떠올랐다. 민 교수는 '이용자 생산 콘텐츠'가 아니라 '이용자 복제 콘텐츠(User Copied Contents)'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심각해진 저작권 문제와 자극적이고 유희적인 정보가 더 많다는 점, 그리고 '낚시성 동영상'들의 무분별한 유포로 인한 '신뢰의 상실' 등을 거론했다.

민 교수는 "공론장의 싹조차 틔우지 못한 상태에서 상업화의 손길에 먼저 포획된 동영상 UCC의 현 주소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민 교수는 발제문에서 UCC의 유래와 이 말이 널리 사용된 배경, 텍스트 및 이미지 UCC의 '동생'격인 동영상 UCC의 현황, 그리고 '형'들에 비해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동영상 UCC의 문제점과 이유 등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언론광장(대표 김중배) 창립 3주년 기념 심포지엄 및 4차 정기총회의 일환으로 8일 오후6시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UCC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양한 쟁점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는 민 교수의 발제에 이어 명승은 <매일경제> IT 전문기자,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 등이 토론자 나선다.
사회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겸 언론광장 총무가 맡는다.
- 토론회 관련 문의는 언론광장 사무국 (02)720-3721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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