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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위증 교사' 의혹을 다룬 MBC < PD수첩 >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 내용이 편파적이었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 MBC에 강재섭 대표 명의의 '유감 표명' 서한을 보내고 최문순 사장을 항의방문하기로 했다. < PD수첩 > 방송으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던 '이명박 검증' 논란이 재점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 PD수첩 >이 방송시간의 70% 가까이를 김유찬의 증언을 직접 인용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데 할애했고, 1시간 보도 내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프로를 진행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의혹 증폭 방송'이라고 비난했다. 이명박 캠프를 이끌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은 "초기에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인터넷상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 PD수첩 >을 성토하는 지도부의 발언이 줄을 이었다. "국회 문광위 차원의 대처뿐만 아니라 당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 (편파방송 저지)특위ㆍ홍보위ㆍ대변인실에서 적극 대응을 해야 한다." (김형오 원내대표) "어제 MBC < PD수첩 >은 상당히 심각한 방송이었다. 뭔가 있고 떳떳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주도록 방송한 것이고,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는 굉장히 많은 손해를 본 것이고 아픔이 있다. 이러한 방송이 제2, 제3으로 준비되고 있다고 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전여옥 최고위원) "새로 밝혀진 사실 없이 검증을 빌미로 한 음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제2의 김대업 사태가 < PD수첩 >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함량미달의 방송을 계기로 해서 방송의 편파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 "단순한 의혹을 부풀리기 위해 의도된 기획방송으로, 대국민 음해방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침판 역할을 해야 할 방송이 편파, 왜곡방송으로 국민을 기만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방송은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의도와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나경원 대변인) 이명박 캠프의 정두언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유찬에게 불리한 정황도 많은데, 이 전 시장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이 방송됐다. < PD수첩 >은 왜 김유찬 주장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라디오 방송들이 이 전 시장으로부터 위증 교사를 받았다고 주장한 김유찬씨의 인터뷰를 여러 차례 내보낸 것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의 강경 기류는 영상매체의 위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대변인은 "아무래도 라디오 방송보다는 (TV가) 영향력이 크지 않냐"고 말했다. 방송은 96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이 전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결백을 호소하는 모습, 98년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전적으로 잘못된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사건의 발생경위부터 오늘까지의 얘기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특히 < PD수첩 >이 경선준비위 산하 후보검증위의 검증의지가 부족했다고 질타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 PD수첩 >을 묵과할 경우 당 차원에서 진행되는 후보검증의 신뢰성이 계속적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 PD수첩 >은 "한나라당이 '소재 불명'이라고 발표했던 이광철(위증교사 사건의 핵심증인)씨의 미국 거주지를 찾아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시장이 후보검증위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보여주는 것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 PD수첩 >을 통해 한나라당의 후보검증이 사기로 드러났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강기정 의원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 경선준비위가 김유찬씨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라고 발표했지만 < PD수첩 >을 본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이 사기를 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 의원은 "김유찬씨가 위증대가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사건의 핵심증인 이광철씨는 잠적 상태가 아니었다"며 이 전 시장에게 양심 고백을 요구했다. 김유찬씨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96년 총선 당시 이 전 시장의 지시 또는 묵인 하에 기자들을 성접대했다. 그 기자들이 지금 각 언론사의 주요 포스트에 포진해 있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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